담낭염과 담석증은 이름이 비슷해 종종 혼동되지만, 서로 다른 질환입니다. 담석증은 담낭 내부에 결석이 생긴 상태를 의미하고, 담낭염은 이러한 담석이나 세균 감염으로 인해 담낭 벽에 염증이 생긴 경우를 말합니다. 즉, 담석증이 담낭염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두 질환은 병리적 상태와 치료 접근 방식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담낭염과 담석증의 차이, 각각의 증상과 원인, 그리고 치료 과정까지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담석증과 담낭염의 기본 개념 및 원인 비교
담석증(Gallstones, Cholelithiasis)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 내 콜레스테롤이나 빌리루빈이 침전되어 돌처럼 굳은 상태를 말합니다. 담석 자체는 염증이 없는 ‘물리적 결석 상태’이며,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결석이 담낭관을 막거나 담즙 배출을 방해하면 복통·구역감·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염증이 생기면 담낭염으로 진행됩니다.
담낭염(Cholecystitis)은 담낭벽이 세균 감염이나 담석 자극으로 인해 염증이 생긴 상태입니다. 담석이 담낭관을 막아 담즙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담낭 내부 압력이 증가하면서 혈류가 차단되고 세균이 번식해 염증이 발생합니다. 담낭염은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되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담낭 천공이나 복막염 같은 합병증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담석증은 ‘결석이 생긴 상태’, 담낭염은 ‘결석이나 감염으로 염증이 발생한 상태’입니다. 담석증이 담낭염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담낭염은 담석 없이도 세균 감염, 외상, 수술 후 담즙 정체 등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증상 및 진단의 차이
담석증의 주요 증상은 담도 산통으로 불리는 복부 통증입니다. 오른쪽 윗배 또는 명치 부근이 갑자기 아프며, 통증이 등이나 어깨로 퍼지기도 합니다. 식사 후 특히 기름진 음식을 섭취한 뒤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역, 복부 팽만, 트림, 소화불량도 흔한 증상입니다. 증상은 수분~수시간 지속되다가 자연히 가라앉을 수 있지만, 반복될 경우 치료가 필요합니다.
담낭염의 증상은 좀 더 심각하고 전신적인 양상을 보입니다. 오른쪽 윗배 통증이 지속되며, 열, 구토, 식욕부진, 전신 피로감이 동반됩니다. 급성 담낭염은 발열(38도 이상)과 백혈구 증가가 특징이며, 복부 압통과 반발통이 나타납니다. 만성 담낭염은 증상이 비교적 완만하지만, 반복적인 염증으로 담낭벽이 두꺼워지고 담낭 기능이 떨어집니다.
진단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담석증은 주로 복부 초음파로 결석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반면 담낭염은 초음파 외에도 CT, MRI(MRCP), 혈액검사를 통해 염증 정도와 담낭벽 비후, 농양 여부 등을 평가합니다. 특히 C-반응단백(CRP)과 백혈구 수치가 상승하면 급성 염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치료 방법의 차이 — 약물, 시술, 수술
담석증의 치료는 결석의 크기와 증상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증상이 없으면 정기적인 초음파 검진으로 경과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증이 반복되거나 결석이 담낭관을 막은 경우에는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표준 치료입니다. 수술을 통해 담낭 전체를 제거하면 재발 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내시경 담도 제거술(ERCP)이나 체외충격파쇄석술(ESWL)이 대안으로 사용됩니다.
또한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을 복용하여 콜레스테롤 담석을 서서히 용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는 결석이 작고 수가 적을 때만 효과적이며, 치료 기간이 길고 재발률이 30% 이상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복강경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권장됩니다.
담낭염의 치료는 염증의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경미한 경우 항생제와 금식, 수액요법으로 호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급성 담낭염의 경우 감염이 빠르게 퍼질 수 있으므로, 조기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필요합니다. 수술이 지연되면 담낭 천공, 농양, 복막염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습니다.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는 내시경을 통해 담즙을 배출하는 담도배액술(PTGBD)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만성 담낭염은 반복적인 염증으로 담낭 기능이 거의 소실된 상태이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수술 후에는 고지방 음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식사로 담즙의 흐름을 원활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방과 관리 방법
담석증과 담낭염 모두 예방의 핵심은 담즙 정체를 막는 생활습관에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식사입니다. 식사를 거르면 담낭이 수축하지 않아 담즙이 오래 머물고, 결석이 생기기 쉽습니다. 하루 세끼를 일정한 시간에 섭취하고, 폭식이나 야식은 피해야 합니다.
또한 기름진 음식, 튀김류, 버터, 치즈, 크림소스 등은 담즙의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이므로 섭취를 줄이고, 대신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통곡물, 생선을 자주 먹는 것이 좋습니다. 수분 섭취도 중요합니다. 하루 1.5~2리터의 물을 꾸준히 마시면 담즙이 묽어지고 결석 형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운동은 담낭의 기능을 활성화합니다. 걷기, 자전거 타기, 요가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꾸준히 실천하면 담즙 순환이 원활해집니다. 스트레스 해소와 충분한 수면도 간·담낭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결론
담석증과 담낭염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발생 원인과 치료 접근 방식은 다릅니다. 담석증은 결석이 생긴 상태이며, 염증이 동반되지 않은 비교적 초기 단계입니다. 반면 담낭염은 염증이 발생한 상태로, 신속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두 질환 모두 초기에 발견하면 간단한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복부 초음파 검사와 건강한 식습관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입니다. 오른쪽 윗배 통증, 구역, 소화불량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소화 문제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로 담낭 건강을 지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